제주도에 가족 여행을 가서 이 곡을 무한히 재생한 기억이 있다. 당시 제주도에서 살고 있던 나의 동네 친구와, 계절학기 중 제주대 학점 교류를 위해 와 있던 대학 친구 둘을 만나기로 했었다. 물론 어쩌다 시간이 맞아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만 같았다. 제주도만 와도 이런 기분인데 언젠가 내 친구들이 더 멀리 나가 살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이 곡을 재생했었다. 당시 ‘정말로 그대가 재미 없다 느껴진다면 /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가사가 마치 친구들이 언제든 일상을 떠나 이 곳을 찾아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이 곡을 들으면 단조로운 일상에도 언제든 믿음직한 탈출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곡을 부른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왜 하필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이냐고 묻는다면, 단순히 성시경의 목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자 보컬 중 이 정도의 비음을 겸비하면서도 음색이나 실력이나 감정선 등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목소리는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 곡은 사실 실력보다는 음색과 부드러운 안정감을 내세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만약 누군가가 하는 일이 너무 쉬워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정말로 잘하는 사람인 것이다.’ 성시경의 노래를 다른 아티스트들이 커버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단순히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말하는 듯 가사를 전달하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따라잡기가 어려운 것이다. ‘동물원’의 원곡이나 ‘태연’, ‘오연준’이 부른 다양한 버전을 한 번씩 들어보기도 했지만, 그 적당한 박자감의 편곡이나 제주도를 떠올리게 하는 파도소리와 새 소리만이 나를 친구들을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탄 그때의 그 제주도로 돌아가게 해준다. 편곡에 아주 신경을 많이 썼다거나, 여러 세션이 투입됐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음색’에 의존한 아주 간단한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나처럼 각자의 제주를 불러일으키기에 가장 훌륭한 ‘정도’를 지켰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