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발매되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적당히 빈티지한 곡.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황된 것들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많은 리스너들이 듣고서 일본의 버블 시대를 떠올리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잘 나가고, 빛나는 시기였던 그 시절 일본의 감성을 훌륭히 담아내었다. 실제로 버블 시대에 발매된 곡들과 매우 유사한 시티팝 장르인 것은 물론이고, 당시 상영된 영상물들의 삽입곡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꿈 같은 한때를 추억하면서도 이 시기는 끝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한,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몽환적인 사운드가 빛난다. 곡의 시작과 동시에 연주되는 윈드차임 소리가 특히 그 감성을 극대화시켜주며, 한순간에 곡에 대한 몰입에 입체감을 더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인트로와 싸비에서 보컬의 존재감이 빵 터지도록 빌드업을 돕는 드럼의 치고 빠짐이 곡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주지 않나 생각한다. 더불어 야마구치 이치로의 적절히 비음이 섞여 두께감 있는 보컬 역시 지나간 영광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어려서부터 하이쿠나 시를 자주 접한 야마구치 이치로의 가사답게, 대부분 ‘お’단 또는 ‘あ’단 어미를 사용해 전반적으로 통일성을 주고 있다. 3절 싸비에서 단어를 교체한 것도 마찬가지. 이전 싸비에서는 ‘꿈만 같은 이 날’, ‘천년에 한 번 정도의 날’, ‘이 나날’의 가사들이 마지막 싸비에서는 ‘꿈만 같은 밤의 광경’, ‘천년에 한 번 정도의 달’, ‘이 밤’으로 바뀌었다. 1절 벌스에서 ‘따분한 나날도 기나긴 밤도’라고 언급한 떡밥을 회수한 듯한 탄탄한 가사 흐름이 구조적으로 매우 인상적. 또, 이 3절 싸비 앞뒤의 간주와 후주에서의 베이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키보드가 전체 코드를 이끌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기타의 존재감도 크지 않은 채로, 베이스가 탑라인을 연주한다. 그런데 마냥 무겁지 않고, 오히려 너무 좋아서 눈살을 찌푸리며 듣게 된다. 후주에서는 베이스가 그대로 멜로디라인을 한 차례 연주한 후 흐려져가는 사운드 위로 기타 솔로가 연주되는데, 아웃트로이다 보니 그대로 뒷부분은 날림 처리된 것이 아쉬울 뿐. 곡 전체에서 아쉬운 점이 그것뿐일 정도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