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피아노와 통기타, 그리고 루프 스테이션만으로 이렇게 주제가 명확하고 완성도 있는 곡을 보여줄 수 있는 연주자가 얼마나 있을까? 여리고 느리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그랜드 피아노 선율은 모래에 부딪혀 흩어지는 잔물결 같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들어왔는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기타는 피아노와 그 세기가 완전히 동일해 마치 한 명이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리듬악기가 없는 곡에서 기타가 리듬을 잡아줌으로써 곡을 매우 친절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이토록 한정적인 연주자와 악기를 통해서도 곡의 절정에서의 다이내믹을 잘 표현해낸 것이 이 연주곡의 ‘킥’이다. 피아노의 글리산도와 기타의 세기 조절은 큰 파도가 밀려오다가도 한순간에 부서져 버리는 모습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초반에는 비었다기보다는 꽉 차 있지 않았던 곡이 절정 부분에서 파도의 순간순간을 그려내 풍성한 앙상블을 이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조용해지며 곡의 초반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구성은 언제 몰아쳤다는 듯 다시 잠잠해진 바다처럼, 한 곡 반복을 하다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곡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현장 녹음곡이다 보니 피아노의 묵직한 타건감으로 조금씩 밀리는 박자며 씹히는 음들이 존재한다. 곡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들리는 옥에 티와 같은 곡이 매력을 더하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