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편의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눈앞에 대회장이 선명하다. 어딘가에 있는 탁구 애니메이션의 엔딩곡 같은 아련하고 벅차오르는 밴드 음악. ‘하이큐’나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OST를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이 곡 역시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이 곡의 ‘애니메이션 OST’ 느낌의 정점은 가사에 있다. 마치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 듯 주인공의 이야기를 한다. 나이 든 오래전의 유망주, 코치로서 다시 시작하는 탁구, 떠올리기 싫던 경기장의 냉기. 누군가 나의 탁구는 끝났다고 했지만, 아직도 난 이렇게 분하고 또 기쁘다니. 어떻게 이런 가사를 생각해냈을까? 우연히 튼 TV에서 어린이 탁구 왕중왕전을 보고 쓴 곡이라는 비하인드를 알고 나면 페퍼톤스라는 그룹의 시야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선수가 아닌 코치, 언젠가 선수로서 대회에 나왔을 유망주, 그 뒷이야기. 모두 허구라고 해도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곡으로 쓰는 밴드다. 물론 흔한 스포츠가 아닌 ‘탁구’를 주제로 선정한 것에 있어, 차별점과 함께 마이너함이 느껴지는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인기를 끄는 야구를 비롯해 축구나 농구처럼 비교적 메이저한 종목을 두고 굳이 탁구에 꽂혀 20주년 앨범에 수록곡으로 쓴 데서는 밴드 특유의 줏대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딘가의 소극장에서, 클럽에서,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인디 밴드의 명맥을 20년간 이어왔다는 점에서 페퍼톤스의 그 ‘줏대’는 또 한 번 틀을 깨는 그들의 도전 같기도 하다. 어떤 노래를 어떤 형식을 가져오든 그들을 미워할 수 없는 건 그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