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리즈, ‘첫 여름, 완주’에 삽입된 곡. 책을 읽으며 들으니 책 속 완주에서의 시간이 내게 자꾸자꾸 가까이 다가왔다. 초록색 여름에서 등장인물 중 누구도 아주 완벽히 괜찮지 못했지만, 윤마치는 이 곡을 통해 왜인지 아무도 슬프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을 구현해낸다. 주인공 ‘손열매’가 빚을 받아내기 위해 완주로 떠나 그 시골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덥고 초라한 여름 가운데서도 각자의 삶을 일궈내고 또 유기적으로 얽히며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있었다. 싸비 직전 벌스는 이처럼 우리도 모르게 추억하는 여름을 서술하는 듯하다. 특히 전체 가사는 주인공 손열매가 히로인 ‘어저귀’에게 전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갈 곳 없이 서성이던 열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 어저귀와 함께한 여름은 열매를 한 입 베어 문 듯 달콤하고 싱그러웠다고 언급하며, 부존재의 상태로 가버린 어저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노래는 어떤 계절보다 푸르다. 다만 이렇게 책과 가사의 유기적 연결성에서 오는 만족감을 제쳐두고 오로지 듣는 입장에서 리뷰하자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저냥 무난한 여름 노래 같고, 좋게 말하자면 여름이라면 언제든 들어도 어울리는 노래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흐릿하게 남은 초록을 추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노래. 아쉽지만 그 이상을 넘어갈 노래의 '킥'은 없어 계속해서 듣기에는 지루한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