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일본 밴드 보컬의 명맥을 잇는 보석 같은 아티스트. 대다수의 리스너들이 제이팝을 처음 들을 때의 가장 큰 장벽을 일본어 특유의 비음과 그로 인해 억지로 밀어내는 듯한 보컬로 꼽고는 한다. 그리고 레이나는 그런 단점을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쿨한 톤으로 해소해주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이렇듯 타고난 보컬 톤이 좋은 것을 넘어서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한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비음을 뺀 아티스트가 다수 등장하고 있고, 그 덕에 제이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비음도 없고, 노래를 잘하고, 거기다 작사작곡까지 해내며 라이브까지 완벽한 이 나잇대 아티스트가 얼마나 많을까? 그런 점에서 레이나는 앞으로의 음악 활동이 기대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레이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런 테크니컬한 측면뿐은 아니다. 이 ‘선잠’을 들었을 때 깔끔한 보컬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센스 있는 ‘곡의 맛’이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세션 사운드만으로도 평생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곡을 작곡했다고 생각했다. 특히 베이스로 시작하는 곡의 인트로에서 ‘여보세요, 듣고 있어? 아아.’라는 내레이션을 삽입해 리스너로 하여금 마치 레이나의 사랑 이야기를 전화로 듣고 있는 듯한 친밀감을 느끼도록 한다. 1절은 전체를 베이스와 드럼으로만 이끌어간다. 컴팩트하고 일정한 코드 반복은 곡을 지루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가사에 집중하게 한다. 8마디에 한 번씩 뚝 멈추어 빈칸을 만드는 세션 역시 마찬가지. 싸비에 들어가기 직전이 되어서야 일렉이 등장하는데, 싸비의 가사가 매우 직설적이고 저돌적이라 그 가사가 쉽게 묻히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이 곡에 정말로 반한 것만 같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보컬로 ‘다음 생에는 당신의 기타가 되고 싶다’라고 노래하다니. 밴드맨을 좋아해본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해버리고 마는 가사이지 않은가. 비유와 은유가 넘치는 제이팝에서 이만큼이나 솔직한 가사는 흔치 않은데, 그 다음 가사는 더하다. ‘이번 생에는 당신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 / 꿈속에서만이라도 좋으니까’라는 가사는 예상보다 솔직한 노래에 당황해 물러난 리스너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와 고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고백은 정말 꿈에서 말했을뿐이었고, 그런 부분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진다. 이 노래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브릿지와 3절 없이 끝나버리는 짧은 곡이라는 것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