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을 틀린 제목마저 그들의 감성으로 느껴진다. ‘델리스파이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인 ‘고백’과 ‘차우차우’도 언제나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던 락 장르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 곡 역시 매우 좋아한다. 들으면 면허가 없어도 어디든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곡. 오히려 내가 운전을 한다기보다는 언제든 엔진을 켜두고 기다리다가 내가 힘들 때 함께 바다를 보러 가줄 사람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인트로부터 밀당 없이 시작하는 일렉 라인이 매력적으로, 드럼을 포함한 전체적인 사운드는 노이즈가 낀 듯 투박한 느낌이다. 아주 정교하고 깔끔하다기보다는 로파이한 ‘델리스파이스’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곡. 이러한 투박함 위에 얹어진 담백한 보컬은 부조화 속에서의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가사적 측면 역시 이 조화에 동참한다. 틀린 맞춤법의 제목과 더불어 가사에 포함된 ‘천평궁’이라는 표현이 특히 낯설고 흥미롭다. 천평궁, 즉 천칭자리는 우리나라에선 7월 초에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다. 초여름 창문을 열고 달리며 바다를 보러 가는 차 안에서의 해방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듯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곡이 정품 ‘델리스파이스’의 ‘순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화자가 기다리는 ‘너’와 함께한 순간은 1절 벌스뿐이고, 그 후의 가사들은 전부 내 곁에 없는 너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네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난 항상 엔진을 켜둔 채 너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평생을 맹세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보다, 나를 떠난 너와 언제든 그 바닷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두겠다고 말하는 쪽이 훨씬 더 로맨틱하지 않은가. 이 곡은 곡 전체에 큰 다이내믹은 없지만, ‘루시’의 리메이크 버전은 바이올린 솔로와 편곡을 통해 훨씬 풍성하게 작업되었다. 원곡을 즐겁게 들었다면 한 번쯤 들어봐도 좋을 것. 또, ‘하현상’이 ‘Calibrate’ 앨범을 작업할 때 이 곡을 즐겨 들었다고 언급했다. 모던 락 장르를 선호한다면 해당 앨범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