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비비의 사랑스러운 음악. 처음으로 들은 비비의 노래였고, 정말 이 곡이 내게 파도처럼 밀려왔었다. 곡 자체가 아주 풍성한 편곡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큰 다이내믹도 없는 이지리스닝의 곡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비의 ‘음색’으로 승부를 봤고 깔끔하게 승리했다. 전반적으로 팝한 느낌의 비트가 곡을 전개하고 그 위에 비비가 듣기만 해도 귀가 간지러워지는 그루브와 가사를 얹었다. 아무리 밀어내도 날 통째로 삼켜버리는 상대와의 관계라니. 사랑에 약한 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으면 나까지도 쉽게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곡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세 부분 정도가 있다. 우선, 브릿지와 맨 마지막 가사인 ‘잠겨 죽어도 좋으니 내게 밀려오라 / 깊어져도 좋으니 날 담구어 주라’. 이 곡을 들을 당시에는 그저 특이한 어미를 썼네, 하고 넘어갔는데 최근 다시 들어보니 우즈의 ‘드라우닝’의 가사가 겹쳐 들렸다. 희한한 어미를 비슷한 구조로 사용했는데도 그 곡과는 전혀 다른 심상을 주는 것이 포인트. 두 번째는 브릿지에 짧게 들어간 랩 파트이다. 보컬 톤과 랩 톤이 꽤나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얼핏 들으면 타 아티스트의 피처링 구간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 명이 불렀다는 것을 일부러 신경 써서 들으면 정반대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 재밌다. 마지막으로는 코러스다. 벌스에서는 비트에 보컬만 얹은 심플한 구성이었던 반면, 싸비는 화성을 쌓은 입체적인 코러스가 죽 늘어져 있는데 그게 참 매력적이었다. 노래를 쭉 들을 때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신경 쓴 듯 벌스 중간중간에도 비비가 직접 녹음했을 일종의 ‘효과음’이 삽입된 것 역시 통통 튀는 곡의 개성을 살린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곡의 극초반부 파도 소리와 함께 인트로를 시작하는 일렉 톤이 매우 취향이었는데, 비트를 뺀 부분이 아니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