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종종 아주 기쁘다가도 아주 절망적이다. 내게 작년 연말은 매우 절망적이었고, 끝이 없는 굴레에 갇혀 그것을 굴리지도 못하고 뒹굴고 있던 때였다. 사실 다른 프로젝트 그룹이 그렇듯, 이른바 ‘거품’이라고 부르는 반짝 인기를 가져가고자 음원을 냈다고 생각했다. (음악성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지하철에서 뮤비를 보았는데, 정말로 울 것 같아서 곤란해진 기억이 있다. 그게 이 곡에 대한 첫 감상이었다. 재재와 승헌쓰, 가비의 조합이 사실 초면부터 감동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데 이 곡은 그들이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꿈’이라는 것을 실사화해 다른 이들에게 전한다. 이른 나이라고 할 수 없는 나잇대에 춤과 노래를 사랑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듯 당당하게 노래하는 모습에 반했다. 작곡에 황현과 제아, 작사에 김이나, 안무에는 최영준. 좋은 퀄리티가 당연한 라인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나서서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의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김이나가 개인 SNS에 밝힌 작사 비하인드가 인상적이다. 세 멤버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무모하고 반짝였던 때’를 물어봤고, 그 각자의 이야기가 가사에 전부 녹아 있다. 물론 이런 서사적인 부분만이 이 곡을 빛나게 해주는 건 아니다. 발매 시기에 맞춰 연말의 윈드차임 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곡의 신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피아노와 일렉 라인에 집중해보면, 한국인이라면 누가 들어도 좋아할 만한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절은 무난한 보컬 벌스로 이어가고, 2절 벌스는 랩으로 시작하며, 브릿지에 이어 한 키 높인 3절 싸비와, 애드립과 함께 변주된 마지막 아웃트로까지. 케이팝의 ‘근본’과도 같은 구성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가사는 작사 비하인드를 모르고서 들어도 좋다. 특히 싸비의 가사는 한 소절도 거를 타선 없이 리스너의 ‘지금’을 응원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자꾸 엇나가고 실패하더라도, ‘안 되면 그냥 웃어넘기고 또 하면 되지’라고 말해주는 곡. 꿈을 이룰 시기에는 늦은 것이 없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며 나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꿈에 닿아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런 순간들에 중요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3절 싸비에서 ‘도무지 너를 모르겠다면 네 곁에 나를 믿어’라는 가사는 노력하는 나조차 믿지 못하는 순간에 나를 믿어주는 내 곁의 ‘너’를 믿도록 나를 북돋아준다. 아름다운 노래라는 건 이런 노래가 아닐까. 헐뜯고 무시하고 질투하는 것보다, 우리는 나와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으며 한 번 더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너와의 모든 지금’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