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necdote

이센스

5.0평균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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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이센스의 앨범 The Anecdote이다.

아티스트
앨범 구분
album
레이블
BANA
발매일
2015-08-27
트랙 수
10
5.0평균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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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Yves한 장의 앨범은 우리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까. 정확히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실망스러운 커리어의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아티스트가 콘서트를 위한 명분으로 그것을 삼고 있다고 말할 테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가주의의 알량한 발로라고 그것의 가치를 절하하려는 취지로 말할 테다. 하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아티스트의 커리어는 정규 앨범을 비롯한 디스코그래피로 설명되고는 한다. 이 사실이야말로 앨범의 가치가 작아질지언정 없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결국 정규 앨범은 하나의 탈착하기 어려운 라벨이자 훌륭하게 기능하는 명함이다. 한 명의 아티스트를 설명하는 데에 이보다 더 훌륭한 방안은 없다. 『The Anecdote』와 그를 둘러싼 몇 가지 맥락들 또한, E SENS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물건들이다. 아티스트의 커리어가 길어짐에 따라 그에 발맞추어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고해성사 컨셉트의 앨범을 만드는 일은 숱하게 일어나는 듯하다. 『The Anecdote』 역시 그런 사례 중 하나일 것이고 앨범의 설득력은 E SENS가 그간 보여준 자취에 의해 보장된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약관의 나이에 Simon Dominic을 만나 부산으로 향하여 Supreme Team을 결성하기까지의 일화를 그려내는 「Next Level」은 그 배경을 적실히 가리킨다. 그 이후로 E SENS의 커리어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Supermagic」 (2009)은 그들을 단숨에 한국 대중문화의 최전선으로 데려갔고, 음악계 뿐 아니라 방송가에서도 환영 받는 위치에 올라서게 만들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나 래퍼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의 길을 걸어온 E SENS에게 이는 커다란 보상이었을 것이다. 그가 훗날 말했듯 그 보상은 효심 깊은 아들이 어머니에게 집을 사주고, 어리광 부릴 틈 없이 사춘기를 보내버린 누나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동생으로 장성하는, 본인이 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 자부심이야말로, 그가 손수 부여한 앨범의 설득력이었다. 하지만 익히 알고 있듯 『The Anecdote』는 한때 베이퍼웨어가 될 뻔했다. E SENS가 대마초를 흡연했다는 혐의로 앨범의 작업을 끝마치고 덴마크에서 돌아온 직후 공항에서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5개월 뒤 같은 혐의로 다시 체포되어 아예 구속 기소가 되어버린 탓이다. 그의 처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당신의 자유다. 다소 간에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이 앨범이 이 때문에라도 반드시 발매되어야 했었다고 생각한다. 『The Anecdote』는 그의 자부심은 물론이요 자신의 치부까지도 미처 포장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전면에 세워버린 앨범이다. 그가 선보이는 미장센이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고해성사 컨셉트의 앨범을 만들면서도 자신을 이렇게까지 나체에 가깝게 전시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이야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E SENS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거의 모든 인물들이 그런 『The Anecdote』의 발매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기어이 덴마크에 있던 앨범의 프로듀서 Daniel Obi Klein을 한국으로 불러 그가 수감된 구치소를 방문해 허락을 얻기에 이르렀다―우리는 그들의 노고에 필히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결국 「Next Level」과 「The Anecdote」는 이 앨범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이다. 꿈을 향해 호기롭게 나아가던 청년은 결국 아버지를 영원토록 그리워한다. Simon Dominic과 부산을 평정한 한 신예 래퍼는 결국 "엄마와 아빠의 아들"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저 두 문장만큼은 한없이 진실되었다고 믿는다. 「Writer's Block」의 녹음을 끝마치고 신이 난채로 탄성을 내뱉는 이와, 완성된 「The Anecdote」를 들으며 미동도 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이는 결국 동일한 인물이다. 『The Anecdote』가 누군가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반드시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 사실이 E SENS의 훌륭한 퍼포먼스와 Daniel Obi Klein의 맛있는 비트로 뒷받침된다는 것은 이 앨범을 교양의 반열에 근접시켜야 할 이유일 것이다. "90's kid"를 자처하는 「Writer's Block」과 「Back In Time」이 예증하듯, E SENS와 Daniel Obi Klein은 골든 에라의 질감과 소리를 『The Anecdote』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그럼에도 21세기 들어 선호되어온 편곡 기법을 외면하지는 않았던 탓에, 앨범의 실린 거의 모든 드럼의 소리는 그 자체로 강력한 동력원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이쯤 되니 트랙에 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 않다. E SENS의 랩은 시종일관 절륜하고, 가사는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으며, Daniel Obi Klein의 비트는 물고기가 필요로 하던 1급수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평론가가 저렇게 한 문장으로 앨범에 관한 평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직업의식에 관해 큰 비판을 받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실로, "Straight Fact"이기 때문이다. 한 장의 앨범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The Anecdote』는 발매되지 않은 채로도 꽤나 많은 일들을 해낸 듯하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의 기간 동안 우리는 한 명의 아티스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을 느낀 듯하다. 관심과 기대, 실망과 개탄, 그리고 감동과 환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감정들 사이사이에는 "하이프"라는 일련의 현상이 있었고 그 현상에는 기어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버리는 굉장한 힘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목도했다. Deepflow의 트윗으로부터 시작해, 강일권이 전한 확신의 두 문장, 알 수 없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2015년 한 여름밤을 장식한 무수한 찬사로 귀결된 이 사가 역시, 나는 『The Anecdote』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는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 모두가, 자신의 위치와는 상관 없이 한 날 한 시에 같은 음악을 듣고, 거의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이 한국의 SNS 사회 안에서 관측된 것들 중 가장 중요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도, 나는 그 때를 아주 생생하게 기억한다. Rating : 7/7 Best Track : 「Writer's Block」 발매 10주년!

트랙

  1. 01주사위-3:36
  2. 02A-G-E-3:25
  3. 03Writer's Block-3:38
  4. 04Next Level-3:33
  5. 05삐끗-4:27
  6. 0610.18.14-1:23
  7. 07The Anecdote-4:20
  8. 08Back In Time-3:33
  9. 09Tick Tock (Feat. Kim Ximya)-5:12
  10. 10Unknown Verses-5:30

리뷰

5.0

The Anecdote

한 장의 앨범은 우리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까. 정확히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실망스러운 커리어의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아티스트가 콘서트를 위한 명분으로 그것을 삼고 있다고 말할 테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가주의의 알량한 발로라고...